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 인프라 점검하던 드론, 전장을 날다
[THE FUTURE OF K-DEFENSE DRONES]
인터뷰②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AI 자율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니어스랩은 풍력발전기 점검과 방산 드론이라는 두 날개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민간과 국방을 아우르며 기술 융합을 실현하고 있는 최재혁 대표는 “우리의 기술과 여정이 다음 세대에게도 영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최영재 기자
2년 전만 해도 니어스랩은 풍력발전기의 날개를 점검하던 드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었다. 자율비행 시스템에 카메라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바람이 거센 날에도 흔들림 없이 정밀 진단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랬던 니어스랩이 올해는 글로벌 방산 전문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방산 드론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이름을 올렸다. 불과 2년여 만에 이뤄낸 쾌거다. 창업 초기부터 비전 AI(영상 장비로 얻은 이미지를 분석해 주변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기술) 기반 자율비행 기술을 축적해온 이 회사는 이를 앞세워 시속 250㎞로 날아오는 적 드론을 요격하거나, 군집 드론을 지상 목표에 투입하는 공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지난 7월 7일 서울 문정동 니어스랩에서 최재혁 대표를 만났다. 먼저 글로벌 100대 방산 드론 기업에 선정된 것을 축하했다. 최 대표는 “이번 선정은 민간에서 출발해 국방으로 확장해온 우리의 기술 여정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록히드마틴, 쉴드AI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 한국 드론 기술의 역량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비전 AI 기술과 GPS 없이도 비행 가능한 자율주행 기능 등이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산업 인프라 점검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이제는 방산 드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방산 매출은 지난해 처음 발생했지만, 2년 반 전부터 준비해온 결과 올해는 풍력과 방산 매출 비중이 절반씩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니어스랩은 지난 2015년 최 대표와 정영석 최고개발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했다.
“저와 CTO 모두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드론과 자율비행을 전공했고, 이후 각각 전문 연구요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저는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에서 발전소 디지털화·최적화 제어 업무를 맡으며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를 목격했는데, 여전히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 중 많은 부분에서 로봇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항공우주 전공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점점 더 기회로 다가오는 것을 체감했고, 특히 항공 분야는 방위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해외 진출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지만, ‘드론’은 우리가 가진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그런 확신을 바탕으로 ‘지금이 적기’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우리가 믿는 방향으로 실행해보자는 결심으로 창업에 나섰습니다.”
니어스랩의 강점은 바로 자율주행 드론 솔루션이다. 카메라 기반의 비전 AI와 정밀 비행 제어 기술을 동시에 갖춘 이 시스템은 고비용·고중량 센서 없이도 복잡한 임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니어스랩의 자율주행 드론 솔루션은 ‘F1 경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드라이버’ 역할을 하는 AI와 이를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피지컬 머신’으로서의 드론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니어스랩은 이 두 요소를 동시에 갖춘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드라이버 역할을 하는 것은 니어스랩의 비전 AI 기술입니다. 이는 라이다(LiDAR) 같은 고가·중량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 영상만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임무를 수행하는 실시간 AI 소프트웨어로, 테슬라처럼 ‘비전 기반 자율주행’ 철학을 드론에 최적화한 기술입니다. 또 이 판단을 실제로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밀 비행 제어 기술도 니어스랩의 핵심입니다.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쌓아온 기반 기술로, 드론이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성과 제어력을 말합니다. 많은 드론 업체가 AI 또는 하드웨어 중 하나에만 강점을 두지만, 니어스랩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해 풍력발전 점검이나 방산처럼 고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공중은 ‘카이든’, 지상은 ‘자이든’
대표적인 제품은 고속 요격 드론 카이든과 군집형 자율비행 공격 드론 자이든이다. 카이든은 2023년 초 공개된 고속 요격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전장에 등장한 저비용·고효율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에는 드론 요격에 미사일을 사용하거나 총·전파 방해 등으로 대응했지만,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한계가 컸다. 니어스랩은 민간 풍력발전 점검 과정에서 축적한 고정밀 비행 기술과 영상 기반 자율비행 알고리즘을 접목해 고가의 센서 없이도 시속 250㎞로 날아오는 드론을 정확히 요격할 수 있는 저비용·고성능 무기체계를 구현했다. 카이든이 빠르고 정확하며 저렴한 요격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현재 국내외 군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올해 2월 공개된 자이든은 지상 목표물에 특화된 공격 드론으로 개발됐다. 카이든이 공중 요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자이든은 폭탄 탑재 능력과 군집 운용 기능을 강화해 자율적으로 지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자이든은 하나의 발사 장치에 최대 10대까지 적층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빠른 전개와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한 명이 드론 한 대를 조종해야 했다면, 자이든은 적은 인원으로도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배치하고 작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이는 단순히 드론 가격이 저렴하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전장에서의 인력·시간·비용을 아우른 총체적 운용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최 대표는 “카이든과 자이든은 공중과 지상을 아우르는 자율 무기체계로, 각각의 임무에 특화되어 있으면서도 병행 운용이 가능한 구조”라며 “이 두 제품으로 자율비행 기술의 민간-방산 융합을 실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국산 드론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풍력과 방산이라는 두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핵심 기술 기업을 일구는 것이 꿈이다. 최영재 기자
민간 드론을 군용으로 전환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지를 묻자, “신뢰성과 실전성 확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군에서는 기존 체계와 연동, 가혹한 환경에서의 운용성, 통신·정보 보안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니어스랩은 드론 자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전체를 패키지로 제공한다”며 “특히 제품 기획 초기부터 군과 긴밀히 협업해 조달·도입 절차를 선제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니어스랩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로부터 동시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민간 풍력발전 분야와 국방 분야에서 기술력과 실용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로, 회사 내부에서도 큰 의미와 자부심을 갖는 성과”라며 “CES 최고혁신상, 장영실상 등 그동안 다양한 상을 수상했지만, 과기정통부와 국방부 양 부처에서 동시에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니어스랩의 전체 매출 중 약 80%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전 세계 풍력발전기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80%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풍력과 방산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며, 특히 방산 분야의 대형 계약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성사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체계적인 도입 절차를 꾸준히 밟아가고 있지만, 중동, 미국,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속도감 있게 기회를 만들며 레퍼런스를 확보해가는 중입니다. 풍력 사업에서도 이미 30개국 이상에서 니어스랩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전 대륙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어요. 글로벌 고객사가 자사 표준으로 채택하면 전 세계 지사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는 구조 덕분에 빠르게 확산됩니다.
SW 집중에서 HW 제작까지
지금까지 사업이 순탄하게만 흘러온 것은 아니었다. 니어스랩은 지금까지 두 번의 큰 결정을 내리며 사업의 큰 물줄기를 바꾼 바 있다.
“창업 이후 가장 큰 전환점은 두 차례에 걸친 사업 방향 결정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풍력 시장에 진입하면서 ‘니어스랩은 드론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초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스케일업을 하려면 자체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집중하고, 하드웨어는 외부 조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죠. 이 결정 덕분에 회사의 정체성이 ‘비전 AI 중심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명확해졌고, 풍력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전환점은 그로부터 2년 반 뒤, ‘이제는 우리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전용 하드웨어까지 직접 설계·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외부 하드웨어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얹는 방식은 기술 구현에 제약이 컸고, 특히 방산처럼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의 정밀한 연동이 필수적이었어요. 이 결정은 곧 방산 진출의 토대가 됐고, 자이든과 카이든 같은 고속·고정밀 드론이 탄생하는 기반이 됐습니다. 하드웨어 개발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내부 역량과 기술을 바탕으로 성과로 입증해냈습니다.”
우리나라의 드론 기술 경쟁력에 대해 묻자 최 대표는 “여건은 충분하지만, 기술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전자·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방위산업 규모도 큰 만큼 드론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은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지 못하고 범용적인 접근에 머무른 경우가 많아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드물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니어스랩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갔다. 범용 드론이 아닌, 풍력발전기 안전 점검이라는 특정 임무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든 것이 차별점이다. 최 대표는 “이제 한국 기업들도 점차 특정 임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고, 그런 회사들이 많아질수록 국내 드론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대표는 앞으로의 방산 드론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앞으로 5~10년간 방산 드론 기술은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적은 인원이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운용하는 무인·군집 체계가 보편화될 전망입니다. 단순히 사람이 한 대씩 조종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AI 기반 드론이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적 발전이 필수적이지요. 둘째, ‘싸고 효과적인 드론’의 대량 배치가 국방력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 대표의 꿈은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미국 나사(NASA) 박물관을 방문했었는데, 인공위성이나 화성 탐사선 같은 기술이 주는 감동과 영감을 오랫동안 간직해왔어요. 그런 경험이 지금의 니어스랩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고, 앞으로는 니어스랩의 제품과 여정이 다음 세대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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