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시행 6년, 실효성 높이기 위한 논의 활발
[한경닷컴 뉴스룸, 한국경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혁신 플랫폼 규제샌드박스의 시행 6년 차를 맞이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2019년 1월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기존 규제 체계를 뛰어넘는 신기술의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법이나 제도로 인해 시장에 등장한 신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 정부가 법 개정이나 제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일정 기간 해당 기술을 임시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마치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모래 놀이터(Sand Box)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제한된 시장에서 우선 검증하고 규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규제샌드박스는 2조 원이 넘는 매출·투자 성과를 창출하는 등 다양한 신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시행 6년차에 접어들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례 이후 제도 개선 미비로 시장 진입에 실패했거나, 규제 종료 후 대기업의 진입으로 경쟁상황이 심화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혁신성이 높은 신규 과제가 줄고 있고, 특례를 받더라도 행정적·재정적 지원 부족으로 실증 모델의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국회에서도 규제샌드박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고동진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 개정안에는 규제특례를 허가한 행정기관이 관련 법제도 개선을 의무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법제도 개선이 완료되거나 허가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특례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규제샌드박스 승인 기업에 연구개발(R&D) 및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있다. 풍력발전기 점검용 모바일 앱 ‘니어스윈드 모바일’ 개발에 성공한 드론 AI 기업 니어스랩은 지난 2021년 드론 규제샌드박스(국토교통부)에 선정됐다. 이후 성공적인 앱 개발을 바탕으로 추가 채용과 서비스 지역 확대 등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해당 앱은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며 시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안전점검 사업을 전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니어스랩은 ‘니어스윈드 모바일’을 통해 점검 난이도가 높은 해상풍력발전 단지는 물론, 치안 문제로 대형 드론 반입이 어려운 남미 지역까지 자율비행 드론 솔루션을 보급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정규직 10여 명을 추가 채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이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는 스타트업이 시장에 자신의 기술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자, 기존 산업의 관행을 깨고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제도”라며 “실증 이후에도 행정적·재정적 후속 지원을 통해 한시적인 특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