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율비행 드론으로 시설물 안전 점검 혁신
공공안전 ·방위산업으로 확장 준비
거대한 날개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점검하기 위해선 사람이 직접 줄에 매달려 맨눈으로 상태를 살펴야 했다. 바다 한가운데 설치되는 시간당 발전량이 15MW인 초대형 풍력발전기는 수면으로부터 높이가 250~280m다. 249m인 63빌딩보다 높다. 이 높이에서 거센 바람, 파도와도 싸워야 한다.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지만 설비의 결함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점검을 허투루 할 수 없다.
니어스랩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드론으로 이 위험천만했던 시설물 안전 점검 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회사다. AI를 탑재한 자율비행 드론이 풍력발전기, 댐, 교량 등 대형 인프라의 이상을 점검한다. 드론 스스로 날아 고해상도 사진을 찍고 AI는 이미지 분석으로 0.3㎜ 수준의 미세한 결함도 찾는다. 니어스랩의 기술은 풍력발전기 점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국내 풍력발전 단지 60% 이상을 점검할 정도로 인정받았다. 다음 행보는 이 기술을 방위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최재혁 대표의 얘기를 들어봤다.
최 대표는 "풍력발전에서 시작했지만 공공안전과 방산을 포함해 더 많은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출신 최재혁 대표와 정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의기투합해 2015년 창업했다. 최적 경로 분석, 자세제어, 거리 유지 등 자율비행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영상기반 위치인식 기술 등도 갖췄다. 이 기술력을 미래 국방 전력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풍력발전기 안전 점검에 드론을 활용, 현장 작업자의 위험을 없앴듯이 군에서도 우리 기술을 활용해 군인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군사 분야 드론이라고 하면 무인정찰기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밖에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넓다. 최 대표는 "니어스랩의 AI 드론 기술은 무인정찰기 외에 실시간 영상·이미지 취득, 사람이나 차량의 추적, 군부대 시설 안전 점검, 대테러 드론 감시 등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AI 자율비행 기술은 드론 조종 실수로 인한 작전 실패를 막을 수 있다. 니어스랩은 자체 개발한 비행 제어 장치로 드론이 대상을 인식해 최적의 비행경로를 찾게 한다. 이후 충돌회피 기술을 적용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세를 유지한 채 균일한 초고화질 사진을 촬영한다. 군사 정찰 임무를 대신할 수 있고 실시간 동영상과 AI 영상분석을 통해 적을 탐지·식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물품 수송이나 요격용 안티드론 체계를 개발해 국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니어스랩은 방산 기술에 필수인 안정성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했다. 유럽과 미주 시장 등에 적극 진출해 소프트뱅크, 지멘스가메사 등 글로벌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세계 3대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지멘스, GE, 베스타스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멘스와는 지난해 3년째 계약을 이어가며 공급 물량도 초도 물량의 3배가량으로 늘었다. 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높은 기술력과 제품의 안정성을 인정받았다"며 "다양한 정부 과제를 하면서 국방에도 접목할 수 있는 다수의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미 그 기술들은 시장에서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군도 드론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에 영공이 뚫리는 일도 있었다. 군은 드론·무인기를 공세적으로 운용할 드론 작전 전담 부대를 하반기에 설립할 방침이다. 니어스랩은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혁신적으로 최첨단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의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개발 역량도 보강했다. 최 대표는 "국방 R&D 과제 등 군 당국과 공동 개발을 통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